부산 납품 현장에서 겪은 에피소드 고추가루 전문가가 알아본 진짜 품질의 차이
들어가며: 이름값과 실물 사이의 간극
어떤 분야든 오랜 시간 현장을 지키다 보면, 이름난 브랜드의 화려함보다 실물이 가진 날것의 우수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농산물 유통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십 년 동안 소비자의 머릿속에 각인된 특정 지역의 브랜드 파워는 거대하지만, 막상 전문가들의 손길을 거치거나 실물 품질을 엄정하게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나곤 한다.
내가 6년 동안 농협봉화군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로 재임하며 봉화 고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절, 전국의 주요 유통 현장을 누비며 뼈저리게 느꼈던 일화가 있다. 마케팅과 인지도에서는 밀릴지언정, 품질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던 그날의 기억을 꺼내어 본다.

부산의 유통 거물 사장님을 만나다
대표이사 부임 초기, 봉화 고추와 고춧가루의 판로를 넓히고 대외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발로 뛰었다. 당시 부산 지역의 대형 농협 납품을 총괄하며 고추가루 유통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시던 베테랑 여자 사장님을 찾아갈 기회가 생겼다.
오랫동안 전국의 내로라하는 고추 유통을 도맡아 오신 분인 만큼, 그분의 안목은 대단히 매섭고 까다로웠다. 신임 대표로서 봉화 고추의 우수성을 어떻게든 각인시키고 납품의 물꼬를 트고 싶었던 나는 긴장된 마음으로 준비해 간 봉화고춧가루 샘플을 꺼내 책상 위에 올렸다.
“고추가루 볼 줄 모르는구만!” 호통 속에 숨겨진 진실
사장님은 본인이 평소 취급하며 자랑하던 유명 지역의 훌륭한 고춧가루를 한쪽에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내가 가져간 봉화고춧가루 샘플과 나란히 놓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표님, 눈으로 보기에 어느 쪽이 더 좋아 보입니까?”
처음에는 물건을 꼭 납품하고 싶다는 욕심과 조급함이 앞섰다. 상대방이 내어놓은 제품이 워낙 유명한 곳의 제품이기도 했고, 거래를 트여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예의상 사장님이 내놓은 고춧가루를 가리키며 “이쪽이 더 좋아 보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들은 사장님은 곧바로 껄껄 웃으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졌다. “아이고, 대표님은 아직 고추가루 볼 줄 모르는구만! 내가 내놓은 것도 유명하고 좋은 거 맞지만, 이 봉화 것 가져온 걸 보소. 때깔이나 껍질의 고운 정도를 보면 봉화 것이 훨씬 더 좋네.”
원적외선 건조와 세절 공정이 만든 압도적 색감의 비밀
이후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왜 봉화고춧가루가 이토록 남다른 평가를 받는지 기술적인 차이를 짚어보게 되었다. 대리점 사장님이 평소 판매하시던 제품 역시 전국적으로 이름난 농협의 유명 브랜드 고춧가루가 맞았다. 하지만 전통적인 온실 환경이나 일반적인 방식으로 건조된 제품이었다.
반면에 우리가 가져간 봉화고춧가루는 첨단 원적외선 저온 건조 방식을 거쳐 홍고추 고유의 붉은 색감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게다가 건조 전 단계에서 고추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는 세절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건조 과정에서 텁텁한 맛을 내는 고추씨가 일부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씨의 비율이 적당히 조절되다 보니 고춧가루의 전반적인 때깔이 훨씬 곱고 선명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브랜드의 명성과 제품 본질의 괴리를 넘어서기 위해
그 사장님이 보여준 안목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자 깊은 울림이었다. 사장님이 취급하던 유명 브랜드 고춧가루 역시 훌륭한 제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문가의 눈에는 봉화 고추가 가진 고랭지 특유의 단단한 과육과 원적외선 세절 건조 기술이 빚어낸 맑은 빛깔이 고스란히 돋보였던 것이다.
이 일화는 봉화 고추가 가진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봉화는 영양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뛰어난 지리적 조건과 일교차 속에서 최고의 고추를 생산해내고 있다. 서안동농협고추공판장 같은 엄정한 실물 거래 기준에서는 이미 영양 고추보다 더 높은 가격에 낙찰될 만큼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브랜드 시장이나 일반 소비재 유통에서는 초기 홍보와 투자의 부족으로 인해 여전히 한계를 겪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깨달은 것은, 결국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보고 입으로 맛보았을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체계적인 브랜딩과 적극적인 홍보가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름값에 기대지 않고 오직 품질의 우수성으로 정면 승부하되, 그 가치를 세상에 제대로 전달하는 마케팅 전략이 봉화 고추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다.
마치며: 현장이 증명하는 봉화 고추의 가치
부산의 베테랑 유통 전문가를 만났을 때, 유명 브랜드 제품과 봉화고춧가루를 비교한 자리에서 봉화산의 압도적인 품질을 인정받았다.
대리점 사장님이 취급하던 제품은 온실 등에서 건조된 유명 농협 브랜드였으나, 원적외선 저온 건조와 세절 공정을 거친 봉화고춧가루가 때깔과 껍질 고운 정도에서 우위를 점했다.
공판장 실거래가처럼 전문가들의 실제 평가에서는 최고가를 기록할 만큼 우수하지만, 대중적 인지도나 홍보 부족으로 일반 시장에서는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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