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고추 100톤 수매 후, 40톤은 마트 직판으로 60톤은 경매에 부치다
사업의 본질은 결국 자원의 효율적인 배치와 타이밍의 예술이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얻은 깨달음이 강력한 무기가 되어 다른 사업의 판을 뒤흔드는 일은 현장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내가 과거 봉화농협 경제상무 시절 시골 동네의 반대를 무릅쓰고 셀프주유소를 지으며 대형 유류탱크를 증설해 연매출 100억 원의 성공을 거두었을 때, 내 머릿속에는 이미 거대한 농산물 유통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주유소가 유류를 대량으로 비축해 시세 차익을 극대화하듯, 농협이 가진 막대한 자금력과 냉장창고라는 인프라를 고추 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실패할 수가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극적으로 확보한 고추 100톤 물량을 손에 쥐었을 때, 우리는 이 철저한 유통 전략을 실전에 옮기기 시작했다.

100톤의 고추를 두 갈래로 나누다: 마트 직판과 경매의 투트랙 전략
확보한 고추 100톤이라는 막대한 물량을 무작정 시장에 풀어버리면 가격 폭락을 부를 뿐만 아니라 제값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철저하게 시장의 성격에 맞춰 물량을 이원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먼저 7월 초 성수기에 맞춰 지역 마트를 통해 직접 소비자의 식탁으로 직판할 물량으로 40톤을 배정했다. 마트 납품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고정 매출을 확보하고 우리 고추의 브랜드 신뢰도를 다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 60톤은 일반 소매가 아니라 대대적인 도매 경매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고추 장사의 생리를 정확히 이해한 자만이 쓸 수 있는 과감한 승부수였다.
고추는 당장 팔아야 한다는 편견과의 싸움
당시 내부 직원들이나 이사회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추는 수확하면 무조건 당장 헐값에라도 처분해야 안전하다”는 오랜 선입견이 뼛속까지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많은 고추 100톤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느냐”며 우려 섞인 목소리가 사방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확신이 있었다. 고추는 분쇄하여 고춧가루로 포장하는 순간부터 유통기한이 1년으로 제한되지만, 온전한 통형태의 ‘건고추’ 상태로는 일반 창고에서도 수년간 버틸 수 있고 농협의 냉장창고 안에서는 10년도 끄떡없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경제의 대원칙을 고추라는 품목에 적용하기에 냉장창고를 품은 농협만큼 유리한 조직은 세상에 없다. 우리는 그 60톤의 건고추를 냉장창고에 안전하게 보관하며 가장 완벽한 시세를 기다렸다.
현명한 분할 판매가 가져온 유통의 마법
마트 납품용 40톤은 적절한 시기에 꾸준히 매장을 통해 소진되며 탄탄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주었고, 냉장창고에서 때를 기다리던 60톤은 시장 가격이 가장 유리하게 형성되는 타이밍에 맞춰 세상 밖으로 나올 채비를 마쳤다.
주유소 유류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우고 월말가를 기다렸던 그 지혜처럼, 고추 역시 가장 가치 있는 순간에 가장 필요한 곳으로 흘려보내는 유통의 기술이 곧 수익의 크기를 결정한다. 100톤의 고추를 마트 직판과 대규모 경매라는 두 가지 길로 나누어 관리한 이 전략은 훗날 엄청난 반전의 수익으로 돌아오게 된다.
마치며: 철저한 계획이 빚어낸 유통의 정석
확보한 고추 100톤 물량을 마트 직판용 40톤과 경매용 60톤으로 철저하게 이원화하여 유통 전략을 수립했다.고추는 건고추 상태로 농협의 냉장창고에 보관하면 수년 이상 안전하게 유지되므로, 조급하게 헐값에 팔 필요가 없다.마트 직판을 통해 안정적인 고정 매출을 확보하고, 나머지 물량은 최적의 타이밍을 노려 시장에 풀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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