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냉장창고 고추 재고조사의 함정 결로 현상과 품질 파괴의 진실
들어가며: 7월 한여름, 냉장창고 문을 열라는 요구
농산물을 다루는 유통 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서류상의 숫자와 현장의 물리적 법칙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경영을 해보지 않은 이들이 보기에는 창고 문을 열고 물건 숫자를 세는 일이 단순히 장부를 맞추는 기계적 절차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온도가 생명인 저온 저장고의 속사정을 아는 이들이라면, 한여름에 무리하게 재고 조사를 벌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안다.
봉화군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로 재임하며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2023년 7월 초, 참여농협 조합장 측으로부터 예고도 없는 무리한 요구가 날아들었다. 냉장창고에 안전하게 보관 중인 대규모 고추 재고를 당장 밖으로 꺼내어 전수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투명한 감사의 절차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농산물의 물리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흠집을 잡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농산물 보관의 핵심, 저온 창고와 외부 온도의 온도차
고추와 같은 건고추 원물을 다룰 때 가장 철저하게 통제해야 하는 요소는 바로 온도와 습도다. 영하 혹은 저온으로 차갑게 유지되는 냉장창고 내부와, 한여름 펄펄 끓는 아스팔트 위 외부 대기 사이에는 엄청난 온도 차이가 존재한다.
냉장창고 안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보관되어 있던 건고추는 차가운 기운을 머금은 상태다. 이 고추를 예고 없이 한여름의 뜨겁고 습한 외부 공기 중으로 곧바로 노출시키면, 물리 법칙에 따라 순식간에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운 고추 표면에 달라붙어 물방울로 변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로 현상’이다.
“아스팔트 위의 아이스크림”과 결로가 부르는 참사
당시 현장을 잘 아는 직원들에게 이 상황을 물었더니, 직원들은 극렬하게 반대하며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 한여름 대낮에 냉장창고 고추를 밖으로 꺼내는 것은 아스팔트 위에 아이스크림을 그대로 던져놓는 것과 다릅니다.” 라는 격렬한 표현까지 나왔다.
만약 그들의 요구대로 차가운 건고추 자루를 밖으로 꺼내어 재고 조사를 벌였다가는, 순식간에 표면에 맺힌 물방울이 고추 내부로 스며들게 된다. 수분을 머금은 고추는 며칠 지나지 않아 곰팡이가 피어오르고 눅눅하게 썩어 들어가며, 고유의 매콤한 향과 붉은 빛깔을 잃어버리게 된다. 결국 숫자를 맞추겠다고 창고 밖으로 꺼내는 순간, 수억 원에 달하는 고품질의 농협 자산이 한순간에 폐기물로 전락하는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이다.
현장의 생리를 무시한 탁상공론의 위험성
행정적 권력이나 감사라는 명목으로 현장의 생리를 무시한 채 밀어붙이는 행위는 결국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업인들과 법인 전체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고추 재고를 투명하게 확인하겠다는 명분 아래, 수백 톤의 소중한 자산을 망가뜨릴 뻔했던 그 순간은 경영자로서 가장 아찔했던 기억 중 하나다.
나는 고추가 결로 현상으로 부패할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대표이사가 지게 되며, 실질적인 피해는 땀 흘려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직감했다. 정치적 공세와 무리한 재고 조사 요구 속에서, 현장의 실무 지식과 과학적 원리를 방패 삼아 이 부당한 압박을 막아내야만 했다.
마치며: 자산을 지켜낸 현장의 판단
한여름 7월초, 조합장 측은 냉장창고에 있는 고추를 밖으로 꺼내어 무리한 전수 재고 조사를 벌일 것을 요구했다.차가운 상태의 고추가 한여름의 뜨겁고 습한 외부 공기와 만나면 치명적인 결로 현상이 발생해 수분이 스며든다. 결로가 발생한 고추는 순식간에 곰팡이가 피고 부패하여 가치를 잃어버리므로, 현장 직원들과 함께 이를 완강히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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