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넥스트웨이 넥스트웨이

냉장창고 환기 팬의 비밀, 결로 낙수로 인한 20억 원 대형 사고의 교훈

읽는 시간 약 5분

들어가며: 인천공항에서 걸려온 청천벽력 같은 전화

농산물을 대량으로 보관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하다 보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은땀이 흐르는 순간들을 마주하곤 한다. 특히 온도가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하는 대형 냉장창고나 DSC(미곡종합처리장) 같은 시설은 사소한 방심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

바야흐로 2023년 여름의 일이었다. 당시 내 딸이 한 달 동안 독일에 공부하러 떠나게 되어 인천공항까지 마중을 나갔던 그 바쁜 날이었다. 공항 출국장을 바라보며 잠시 숨을 고르던 그때, 법인 사무실에서 긴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법인 DSC에 수매해 두었던 추곡에 누수가 발생하여 벼가 상해 출고가 불가능해졌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지만, 다행히 현장 직원들과 발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우여곡절 끝에 잘 수습하여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 무렵, 인근 안동의 다른 농협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점에 상상도 하기 힘든 대형 사고가 터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결로 낙수로 인한 20억 원 대형 사고

안동의 한 농협을 뒤흔든 20억 원대 건고추 부패 사고

우리 법인이 벼 누수 문제로 홍역을 치를 때, 안동의 어느 지역 농협에서는 건고추 저장고에서 치명적인 결로 사고가 발생했다. 냉장창고에 건고추를 대규모로 보관하던 중, 창고 내부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엄청난 규모의 재고가 한순간에 썩어버리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당시 그 농협이 입은 피해액만 무려 20여억 원에 달한다고 했다. 우리의 벼 피해 규모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금액이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리도 건고추를 수백 톤씩 냉장창고에 재워두고 있었기 때문에, 안동의 그 사건은 단순한 뉴스나 가십이 아니라 우리 공장에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무서운 경고장이었다. 도대체 냉장창고 안에서 어떻게 그런 거대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환기 팬 아래의 사각지대, 낙수와 결로의 무서움

사고의 원인은 냉장창고 천장에 설치된 환기 팬과 적재 위치의 부조화에서 비롯되었다. 대형 냉장창고 내부에는 공기를 순환시키고 외부로 환기를 시키기 위한 강력한 팬이 천장 부근에 설치되어 있다. 물리적 특성상 이 환기 팬 주변이나 하단부에는 미세한 온도 차이로 인해 결로가 발생하기 쉽고, 때로는 차가운 응축수가 물방울 형태로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냉장창고를 운영해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이 환기 팬 바로 아래나 낙수가 떨어지는 예상 경로에는 절대 고추 포대나 민감한 농산물을 적재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이 있다. 물기가 닿으면 안 되는 건고추의 특성상 포대 위로 지속적으로 물이 떨어지면 내부에서부터 습기가 차오르기 십상이다. 하지만 안동의 해당 현장에서는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그 위험 구역에 고추 포대들을 빽빽하게 적재해 두었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창고 속에서 벌어진 가스 분출과 연쇄 피해

문제는 냉장창고가 굳게 닫힌 밀폐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밖에서는 창고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할 길이 없다. 환기 팬에서 떨어진 미세한 물방울이 오랜 시간 고추 포대에 스며들면서, 맨 아래쪽에 쌓여 있던 건고추들이 조용히 부패하기 시작했다.

건고추가 습기를 머금고 썩어들어가면서 내부에서 유독성 가스와 부패 가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밀폐된 냉장창고 안에서 가스가 차오르자, 그 가스의 영향은 단순히 물이 직접 떨어진 몇몇 포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창고 전체에 가스가 순환하면서 주변에 쌓여 있던 수많은 고추 포대까지 연쇄적으로 상하게 만들어, 결국 창고 안의 전체 건고추 재고가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진 것이다. 다행히 거기도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수습하여 농협의 치명적인 파산은 면했다고 하지만, 고추 결로 현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온몸으로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의 경험이 가르쳐준 보관의 철칙

이 사건은 훗날 내가 법인의 고추 재고를 지키기 위해 조합장들의 무리한 재고 조사 요구에 맞설 때도 결정적인 이론적 배경이 되어주었다. 한여름에 냉장창고 문을 무리하게 열거나 고추를 밖으로 꺼내면 결로가 생겨 망가지고, 반대로 창고 안에서도 환기 팬의 위치나 공기 순환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면 2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배웠다. 농산물 유통이란 단순히 사고파는 행위를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물리 법칙과 싸우며 자산을 지켜내는 치열한 현장 과학이다.

마치며: 철저한 관리가 만드는 안전한 저장고

2023년 여름, 인근 안동의 한 농협 냉장창고에서 환기 팬 결로 낙수로 인해 20억 원어치의 건고추가 부패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냉장창고 천장의 환기 팬 하단부는 결로 현상으로 물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 고추 포대를 절대 적재해서는 안 되는 사각지대다.밀폐된 창고 안에서 부패한 고추가 뿜어낸 가스는 주변의 다른 포대까지 연쇄적으로 상하게 만들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alstjd2688
함께 보면 좋은 글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