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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서리에 얽힌 추억과 세월의 변화: 1970년대 인심과 지금 농가의 인심

읽는 시간 약 4분

어린 시절 경북 봉화의 시골길을 걸어 학교를 다녀오던 길은 언제나 심심할 틈이 없었다. 가을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하굣길, 친구들과 함께 재잘거리며 신나게 걷다 보면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었다. 바로 길가에 탐스럽게 익은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어느 농부의 과수원 담벼락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낯이 뜨거워지는 일이지만, 그 시절 시골 아이들에게 그 과수원은 그냥 지나치기 힘든 거대한 유혹의 공간이었다.

사과 서리에 얽힌 추억과 세월의 변화

하굣길 과수원 서리와 넌지시 눈감아 주시던 어른들의 마음


가방을 풀숲에 던져두고 친구들과 둑방을 넘어 과수원 안으로 살짝 발을 디디곤 했다. 가지가 휘어질 정도로 달린 사과 중에서도 가장 빨갛고 먹음직스러운 녀석을 골라 서둘러 서리해 따먹던 그 시절의 맛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했다. 입안 가득 새콤달콤한 과즙이 퍼지면 죄책감보다는 당장 맛있는 것을 먹었다는 짜릿함이 더 컸다.

가끔은 과수원 주인이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계실 때도 있었다. 어린 마음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도망쳐야 하나 발을 동동 구르지만, 주인이 다가와 호통을 치기는커녕 멀리서 헛기침을 하거나 슬그머니 모른 척 자리를 피해주시곤 했다. 당시에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지만, 한참의 세월이 지난 뒤에야 그 어른들의 진짜 마음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전해 들은 그날의 진실과 넉넉했던 옛 인심


몇 년이 지나 동네 어른들을 통해 그때 그 과수원 주인이 사실은 우리들이 사과를 따 먹는 것을 다 알고 계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주인이 넌지시 웃으며 “거기 새끼들 남의 과수원 사과 따 먹는 거 다 봤지, 허허” 하셨다는 것이다.

그 시절의 시골 농사꾼들은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배고플 나이에 과수원 서리를 하는 것을 어느 정도 삶의 풍경이자 인심으로 품어주셨던 모양이다. 한 해 농사를 지어 먹고살기 빠듯하고 가난했던 시절이었음에도,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사과 몇 알쯤은 너그럽게 눈감아 주던 그 시절만의 정서와 여유가 과수원 고목마다 깃들어 있었던 셈이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요즘 농촌의 풍경과 달라진 세태


세월이 흘러 내가 농협에서 일하며 수많은 농가들을 만나고, 또 지금의 농촌 풍경을 바라보면 격세지감을 넘어서 씁쓸함이 밀려올 때가 많다. 지금은 사과 서리라는 말 자체가 옛말이 되었다. 농가마다 철저하게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밭 주변에 펜스를 두르며, 도난 방지 센서까지 동원해 소중한 자산을 지킨다.

만약 요즘 세상에 예전처럼 아이들이나 누군가 허락 없이 과수원에 들어가 사과를 서리하다가 걸린다면, 어른들의 너그러운 웃음이나 눈감아주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즉시 경찰서로 신고가 들어가 법적 처벌을 받거나 거액의 합의를 치러야 하는 무서운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농사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농민들의 생계가 그만큼 치열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록 지금은 그런 낭만이나 정취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린 시절 시골길에서 맛보았던 그 훔친(?) 사과의 아찔하고 달콤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내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핵심 요약

  • 초등학교 시절 하굣길에 친구들과 함께 과수원에서 사과를 서리해 먹었던 어린 시절의 일화를 회고했습니다.
  • 멀리서 지켜보고도 넌지시 눈감아 주셨던 과수원 주인의 너그러운 마음을 나중에 전해 들었던 일화를 담았습니다.
  • 현대의 농촌은 CCTV와 철저한 보안으로 사과 도난에 엄격하게 대처하는 각박한 세태로 변모했음을 짚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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