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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칭다오 고추 공장 방문기: 대표이사 눈으로 본 한·중 농업 인프라의 결정적 차이

읽는 시간 약 6분

들어가며: 대표이사의 신분으로 바다를 건너다

어떤 사업이든 직접 발로 뛰며 눈으로 확인하는 것만큼 확실한 공부는 없다. 책상머리에 앉아 보고서나 통계 자료를 들여다보는 것과, 지구 반 바퀴는 아니지만 바다 건너 이웃 나라의 현장을 직접 마주하는 것은 충격과 배움의 결이 완전히 다르다.

내가 6년 동안 농협봉화군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로 재임하던 시절, 고추 가공 공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고추 유통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특별한 일정을 소화한 적이 있다. 당시 농협 조합장님들과 함께 고추의 주요 주산지이자 수출입 거점인 중국 칭다오를 직접 방문한 것이다. 고추 재배 방식부터 현지 고추 공장 운영 실태까지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발걸음을 옮겼던 그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중국 칭다오 고추 공장 방문기

광활한 대지 속 방치된 듯한 중국의 고추 재배 환경

앞선 이야기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 중국산 고추가 자라는 현장은 우리나라의 아기자기하고 정성스러운 농가 풍경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칭다오 인근의 고추 재배 환경은 한마디로 ‘대륙의 스케일’ 그 자체였다. 국토가 워낙 넓고 평지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보니, 언뜻 보면 대규모로 체계적인 농업이 이뤄질 것 같은 환상을 심어준다.

하지만 실상은 우리와 판이했다. 우리나라 농가에서는 작은 밭떼기 하나라도 비닐 피복을 꼼꼼히 두르고, 튼튼한 지줏대를 세우며, 시기마다 농약과 비료를 알맞게 주며 자식 다루듯 애지중지 가꾼다. 반면, 중국 현지에서 마주한 고추 밭은 땅이 너무 넓은 탓인지 세심한 손길이 닿지 못하고 방치 수준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농사에 온 마음을 쏟아붓는 우리 농민들의 집약적인 정성과 비교하면, 넓은 대지 위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형태에 가까웠다.

고추 공장 현장의 충격, 위생과 시설의 명암

재배 환경을 둘러본 뒤 이어 발걸음을 향한 곳은 현지의 고추 가공 공장들이었다. 공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오랫동안 국내 농협의 엄격한 위생 기준 속에서 공장을 운영해 온 내 눈에는 다소 충격적인 풍경들이 펼쳐졌다.

우선 공장 바닥은 반듯하게 정돈된 에폭시나 첨단 마감재가 아니라 거친 시멘트 바닥 그대로인 곳이 많았다. 일하시는 현장 직원들의 복장이나 위생모 착용 상태도 국내 HACCP 인증 시설의 칼 같은 기준과는 거리가 멀어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기 어려웠다. 시설의 전체적인 청결도나 인력 관리 체계 측면에서는 우리와 비교 자체가 민망할 정도로 위생 관념의 차이가 뚜렷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했던 것만은 아니다. 공장 내부를 시찰하던 중 눈에 띄는 대목도 있었다. 전체적인 인프라나 작업 환경은 허술해 보였을지라도, 대규모 물량을 다루는 고추 냉동창고만큼은 냉동 능력이 비상할 정도로 거대하고 강력해 보였다. 워낙 다루는 물량이 방대하다 보니 보관과 냉동 시스템만큼은 그들만의 노하우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타지에서 만난 교포 사장님의 친절과 씁쓸한 미소

낯선 타국땅에서 공장들을 견학하며 막막해하고 있을 때, 현지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계신 한국 교포 사장님께서 구세주처럼 나타나 주셨다. 그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우리 일행을 직접 마중 나와 공장 구석구석을 세세히 안내해 주시고, 현지의 생생한 유통 사정까지 아낌없이 공유해 주셨다. 타지에서 고군분투하며 자리를 잡으신 동포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견학을 마치고 작별을 고할 때, 사장님께서는 감사의 표시라며 고춧가루 한 봉지씩을 귀한 선물로 안겨주셨다. 그 빨간 포장지를 받아 들며 문득 혼자 속으로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도 한국에서 한창 고추공장 사장 소리 들으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중국 와서 고춧가루를 선물로 받다니 참 묘하네’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이다. ㅋㅋㅋ

좁은 국토가 만든 집약적 영농의 가치를 깨닫다

세 차례에 걸친 칭다오 방문은 단순히 해외 시찰을 넘어 우리 농업의 본질을 깊이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기회였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고 농지가 협소하여 물리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안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 한계 덕분에 우리 농민들은 좁은 땅에서도 한 평 한 평에 온 정성을 쏟아붓는 집약적인 영농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비록 대규모 면적과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산에 밀릴지 몰라도, 위생 관리와 투명한 계약재배, 그리고 원적외선 저온 건조 같은 첨단 가공 기술이 결합된 K-고춧가루의 품질은 세계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다. 넓은 땅에서 대충 기른 원료와, 좁은 땅에서 땀 흘려 가꾼 정성의 차이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왔기에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마치며: 현장이 가르쳐 준 국산 농산물의 자부심

조합공동사업법인 대표이사 시절, 고추 재배와 가공 실태를 살피기 위해 중국 칭다오를 세 차례 방문했다.

중국의 고추 재배는 넓은 대지 위에서 방치되듯 이루어졌으며, 가공 공장의 시멘트 바닥과 위생 상태는 국내 기준에 비해 아쉬움이 컸다.

반면 대규모 냉동창고의 시설 역량은 눈여겨볼 만했으며, 현지 교포 사장님의 따뜻한 안내 속에서 국산 고추의 가치를 더욱 깊이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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