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기회로 바뀌다 건조기 고장이 가져다준 뜻밖의 수매 찬스
들어가며: 불행 속에서 발견한 뜻밖의 출구
사업을 하다 보면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거대한 매듭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스르륵 풀려나가는 순간을 마주하곤 한다. 인생의 아이러니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가장 극적으로 일어난다. 공장을 운영하며 눈앞이 캄캄해졌던 최악의 고비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더 큰 기회의 발판이 되어줄 때가 그렇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건조기 핵심 축이 부러지는 바람에 가동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기계가 멈추기 전까지 이미 200톤이 넘는 홍고추를 건조해 둔 상태였기에 아쉬움이 컸지만, 하나로마트 매장이나 몇 차례의 홈쇼핑 물량을 소화하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덕분에 판매에 무리할 필요 없이 이미 확보된 고추를 차분히 소진하면서, 생물 홍고추는 남안동농협으로 전량 넘겨 이윤은 남기지 못했어도 곧바로 현금화하여 큰 손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 바로 그때, 드디어 위기가 기회로 뒤바뀌는 진짜 반전의 드라마가 시작되었다.

고추 풍작과 가격 폭락의 위기 속 날아든 공문
그해는 유난히 전국적으로 고추가 엄청난 풍작을 맞이한 해였다. 농가 입장에서는 기쁜 일이어야겠지만, 시장에 물량이 넘쳐나다 보니 고추 가격은 속절없이 폭락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 공장 건조기가 멀쩡하게 계속 돌아갔다 하더라도, 쏟아지는 물량 속에서 판로를 개척하고 제값을 받기란 사방이 가시밭길처럼 험난했을 터였다. 기계 고장이라는 불운이 아이러니하게도 무리한 재고 부담을 사전에 막아준 셈이었다.
그러던 11월 말 무렵, 농협중앙회 경제지주로부터 전국 고추 주산지에 가슴을 뛰게 하는 수매 관련 문서 한 장이 하달되었다. 전국적으로 총 1,000톤에 달하는 물량을 농협 자금으로 수매하여 비축하라는 지침이었다. 정부와 농협에서 건조 고추 기준 근당 1,000원을 보전해주되, 그중 20%는 자체 부담하여 결국 근당 800원을 보전해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폭락한 시장 가격을 방어하고 농가와 조합을 살릴 수 있는 절실한 기회였다.
봉화가 누락되었다는 청천벽력과 강력한 항의
부랴부랴 배정 명단을 확인하던 나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전국 1,000톤 수매 배정 명단 어디에도 우리 봉화 지역의 이름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즉시 농협본부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따져 물었다. 담당자의 대답은 더욱 기가 막혔다. 지금까지 공장 가동 상황이나 실적을 볼 때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배정에서 제외했다는 것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무슨 소리 합니까! 봉화는 고추 재배면적이 전국에서 당당히 2위입니다. 1등인 안동 다음이고 영양보다도 많은 곳인데, 이런 핵심 주산지를 수매 명단에서 빼는 게 말이 됩니까!” 목소리를 높여 강력하게 항의하자, 담당자는 당황하며 급히 상부에 보고한 뒤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도의원과의 긴급 통화, 빛의 속도로 확보된 도비와 군비
잠시 후 농협본부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농림부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긴급히 보고한 결과, 봉화 지역에 100톤을 추가로 배정해주겠다는 확답을 받아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보조금 사업이라는 것은 국비가 배정되면 반드시 지방비인 도비와 군비가 매칭되어야 비로소 집행이 가능한 구조였다.
시간을 지체할 겨를이 없었다. 나는 곧바로 당시 봉화 지역 도의원이셨던 박현국 전 군수님께 전화를 올렸다. (박현국 현 군수님은 훗날 군수 자리에 오르셨다.) 전화 통화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긴급히 보조금 매칭이 필요하다고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지금 도청에 해당 담당 과장과 같이 있으니 바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잠시 뒤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도비 확보가 완료되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국비와 도비가 선제적으로 배정된 마당에 군비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군비 확보는 자연스럽게 뒤따라 해결되었다.
극적인 자금 회전과 농가·농협의 동반 상생
이렇게 빛의 속도로 행정적 절차를 밟은 덕분에, 건고추 1근에 7,500원 기준 100톤, 총 166,666근에 달하는 거대한 수매 자금을 극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앞서 기계 고장으로 생물 홍고추를 미리 현금화해 두었던 자금이 있었기에, 적시에 이 수매 자금을 투입하여 본격적인 건고추 매입에 나설 수 있었다. 만약 그 당시 홍고추를 제때 처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면, 이 거대한 건고추 수매 사업은 시도조차 하기 힘든 그림의 떡이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극적인 반전은 폭락 장세 속에서 시름에 잠겨 있던 지역 농가들에게 가단 큰 위로와 실질적인 소득 안정을 안겨주었고, 조합공동사업법인 역시 한 단계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의 다른 이름임을 온몸으로 체득한 소중한 경험이었다.
마치며: 위기를 기회로 바꾼 현장의 기록
건고추 가격이 폭락하던 시기, 농협중앙회의 1,000톤 대규모 수매 공문이 하달되었으나 봉화 지역이 누락되는 아픔을 겪었다.재배면적 전국 2위라는 점을 내세워 중앙본부를 상대로 강력하게 항의한 끝에 100톤 추가 배정을 이끌어냈다.당시 도의원이셨던 박현국 현 군수님의 신속한 도움으로 도비와 군비를 번개같이 확보하여 건고추 수매 자금을 완벽히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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