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흑미수박의 롯데마트 납품 비화 출근길의 해프닝
봉화농협에서 경제상무로 일하던 시절, 사과뿐만 아니라 여름철 농가 소득을 책임지는 효자 품종 중 하나는 단연 수박이었다. 일반적인 초록색 줄무늬 수박과 달리, 겉모습이 거칠고 볼품없어 보이지만 속살은 붉고 당도가 압도적으로 높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난 특별한 품종이 있었다. 바로 봉화 특산물인 ‘흑미수박’이다. 겉껍질이 검은빛을 띠고 투박해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선뜻 손이 가지 않을 수 있지만,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그 진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에 매료되어 매년 찾아오곤 했다. 오늘은 그 흑미수박을 무기로 대형마트 유통망을 뚫고 들어가며 겪었던 치열한 협상 과정과, 현장에서 땀 흘리던 나를 허탈하게 만들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을 풀어내고자 한다.

1. 롯데마트 바이어가 직접 찾아와 성사시킨 흑미수박 납품 협상
봉화 지역의 흑미수박이 워낙 당도가 높고 식감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대형 유통사 바이어들의 귀에도 들어가 있었다. 당시 전국의 농산물 판로를 넓히기 위해 발로 뛰던 중, 롯데마트 본사에서 수박 담당 바이어가 직접 우리 봉화농협을 찾아오는 일이 성사되었다. 일반적인 농산물은 우리가 샘플을 들고 서울로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흑미수박만큼은 상품성이 워낙 확실했기에 바이어가 산지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발걸음을 한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바이어와 함께 관내 수박 농가를 직접 돌며 밭에서 바로 수박을 쪼개 맛을 보게 했다. 겉보기에는 울퉁불퉁하고 색도 거무튀튀해서 품위가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칼을 대는 순간 쩍 갈라지며 터져 나오는 붉은 과즙과 진한 향에 바이어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도 측정기를 대어 볼 것도 없이 입안에 넣는 순간 퍼지는 깊은 단맛에 반한 바이어는 그 자리에서 바로 납품 계약의 물꼬를 텄다. 외모보다는 맛과 품질로 승부하는 봉화 흑미수박의 진가가 대형 유통사의 거대 매대까지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2. 새벽 5시 본밭 수확의 고생을 무색하게 만든 상임이사의 갑질 해프닝
하지만 유통 현장의 성과 뒤에는 언제나 육체적 고됨과 피곤한 인간관계의 갈등이 따르기 마련이다. 롯데마트 납품 물량을 제때 맞추기 위해, 나는 공식적인 출근 시간보다 훨씬 이른 새벽 5시도 안 된 시각부터 수박 밭으로 뛰어 나갔다. 농민들과 함께 이른 아침 이슬을 맞으며 가장 잘 익은 흑미수박을 직접 골라 수확하고 상차림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새벽부터 현장을 누비며 땀을 비처럼 흘리다 보니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현장 작업을 무사히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농협 사무실에 들어섰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임이사가 출근 시간보다 늦었다며 “경제상무가 도대체 어디를 돌아다니다가 이제 나타나냐, 대기발령을 내버리겠다”며 펄펄 뛰며 난리를 치는 것이었다. 사실 수박 출하와 현장 지휘는 경제상무의 고유 권한이자 현장 업무의 연장선이었기에, 전날 분명히 새벽 작업 계획을 보고했음에도 상임이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거나 그저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며 한 번 갑질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새벽부터 농민들과 함께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고생한 직원에게 격려는 못 할망정 책상머리에 앉아 호통만 치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이 나왔다.
🌱 봉화농협 34년의 현장 통찰
사무실 결재판 뒤에 숨어 지시만 내리는 이들은 현장의 땀방울이 얼마나 무겁고 소중한지 알지 못합니다. 새벽 이슬을 맞으며 밭에서 수박을 건져 올리던 그 고된 시간 속에는 농민들의 1년 생계와 농협의 신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권력의 잣대로 현장의 노고를 짓밟으려던 그날의 해프닝은 씁쓸했지만, 농협 경제 사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이며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더욱 뼈저리게 깨닫게 해 준 잊지 못할 통찰의 순간이었습니다.
현장 영업에서 깨달은 갈등 관리와 흑미수박의 가치
그 시절 조직 내부의 부당한 해프닝 때문에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농산물 유통은 서류나 사무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땀 흘리는 현장에서 완성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 철저한 사전 공유의 필요성: 현장 중심의 업무를 처리할 때는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자 간에 보고 체계를 문서나 명확한 소통으로 남겨두어야 불필요한 갈등을 막을 수 있다.
- 품목 고유의 경쟁력 믿기: 겉모습이 조금 볼품없더라도 소비자가 알아주는 확실한 맛과 품질(흑미수박의 당도)이 있다면 유통 판로는 자연스럽게 열린다.
- 현장 노동의 가치 존중: 책상에 앉아 있는 결재권자의 눈치보다, 새벽 밭에서 수박을 건져 올리는 농민들과의 신뢰가 농협 경제 사업의 진짜 뿌리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 [작성자 코멘트]
“빛나는 유통 성과의 뒤편에는 늘 이름 없이 땀 흘리는 농민들과 현장 실무자들의 치열한 노고가 숨어 있습니다. 겉모습이 투박하다고 해서 그 진가를 몰라보거나, 책상머리의 잣대로 현장의 헌신을 폄하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진정한 농협의 힘은 완벽한 서류가 아니라 생생한 현장 속에서 함께 울고 웃는 땀방울에서 나온다는 것을 이 자리를 빌려 꼭 전하고 싶습니다.”
핵심 요약
- 겉모습은 볼품없지만 압도적인 당도와 식감으로 롯데마트 바이어를 사로잡아 납품을 성사시킨 봉화 흑미수박의 비화를 다뤘습니다.
- 새벽 5시부터 본밭에서 수박 수확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돌아왔으나, 상황을 제대로 모른 채 군림하려던 상임이사의 갑질과 대기발령 해프닝을 회고했습니다.
- 현장 중심의 농산물 유통 과정에서 겪는 실무적 갈등과 품목 경쟁력의 중요성을 정리했습니다.
댓글 유도 질문
독자님들께서는 열심히 현장에서 발로 뛰며 성과를 냈음에도 주변의 오해나 부당한 대우로 억울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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