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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 국광, 골덴딜리셔스까지 추억의 원두막 이야기

읽는 시간 약 4분

어린 시절 경북 봉화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지키며 자란 내게 사과는 단순한 과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이면 과수원 한가운데 세워둔 원두막에 올라가 하루 종일 사과를 지키곤 했다. 그때 그 시절 우리가 먹고 자랐던 사과 품종들은 지금의 마트 매대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과 매력을 품고 있었다.

골덴딜리셔스까지

과수원을 지키던 추억의 품종들과 특징

1970년대와 1980년대 우리 부모님이 처음 사과농사를 시작하시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1986년까지 과수원을 채웠던 품종들은 지금 생각해도 이름만으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당시 대표적인 품종이었던 부사, 국광, 골덴딜리셔스, 인도 등은 각각 고유의 생김새와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의 품종들은 지금처럼 외모가 매끄럽고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나름의 매력이 분명히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품종은 단연 ‘국광’이다. 국광은 껍질이 두껍고 붉은빛이 다소 탁했지만, 새콤달콤한 맛이 아주 강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그 시절 국광은 단단한 육질과 특유의 새콤한 향으로 과수원의 터주대감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숙을 조금 시켜두면 신맛이 잦아들고 달콤함이 확 살아나던 기억이 난다.

다음으로 ‘골덴딜리셔스’는 노란 빛깔의 껍질이 특징이었다. 완전히 익으면 꿀처럼 달콤한 향이 코끝을 찔렀는데, 겉보기에는 무르기 쉬울 것 같아도 씹었을 때 아삭거리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다만 표면에 까만 점이나 흠집이 쉽게 생겨서 부모님께서 품종 관리와 수확 시기에 늘 애를 먹으시던 기억이 선명하다.

‘인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옛날 품종이다. 푸르스름하면서도 붉은 홍조를 띤 독특한 비주얼을 가졌는데, 저장성이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겨울철 내내 광에 보관해 두어도 쉽게 상하지 않아 설 명절 차례상에도 자주 올랐던 기억이 난다. 과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은은해서 껍질째 깎아 먹기 딱 좋았다.

마지막으로 오늘날까지도 사과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부사’는 당시에도 귀한 대접을 받았다. 1980년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재배 면적이 점차 늘어났는데, 저장성도 좋고 당도가 워낙 높아 농가 소득에 큰 보탬이 된 품종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나무를 베어내기 전까지 부사는 과수원의 핵심 자산이었다.

해걸이의 고통과 원두막의 단맛

그 시절의 사과농사는 지금과 달라서 체계적인 재배 기술이나 전문 영농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 보니 해걸이가 극심했다. 한 해는 나무가 부러질 듯이 사과가 열리다가도, 다음 해에는 가지마다 잎만 무성하고 사과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나무는 웅장하게 컸지만 수확량이 들쭉날쭉해서 부모님의 한숨이 깊어지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두막에 앉아 풋사과를 쩍 갈라 소금에 찍어 먹거나 깎아 먹던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농사가 썩 잘된 편은 아니었지만, 가난했던 시절 우리 7남매와 부모님의 입을 즐겁게 해 준 유일한 간식이자 버팀목이었다. 세월이 흘러 품종도 현대적으로 많이 개량되고 재배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내 마음속 최고 사과는 여전히 어린 시절 원두막에서 마주한 그 투박했던 품종들이다.

핵심 요약

  • 1970~1980년대 과수원을 지켰던 대표적인 옛날 사과 품종인 국광, 골덴딜리셔스, 인도, 부사의 특징을 회고했습니다.
  • 당시 품종들의 외관, 식감, 그리고 저장 특성에 얽힌 어린 시절의 생생한 기억을 담았습니다.
  • 전문 재배 기술 부족으로 겪었던 해걸이 현상과 옛날 사과농사의 현실적인 단면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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